살아야 하는 가?|알베르트 카뮈 시지프 신화 독서 후기
읽을 때 너무너무 어려웠다.
물론 프랑스인 작가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지만 한국어 책을 읽는 데 사전을 몇 번을 검색해 봤다.
심지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임에도 내가 이해한 뜻이 맞는지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아주 조금 이해하는 부분이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내가 느낀 부분을 기록해 두고 이 기록을 시지프 신화를 다시 읽을 때 이것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땐 시지프 신화가 나에게 와닿는 것이 또 달라지거나 깊어지길 바라며 ! ㅎㅎㅎ
먼저 죽음에 대하여 정의하자 | 살아야 하는 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사람들과 일상 속 수다에서 누군가가 상을 당했다는 것 말고 '죽음' 그 자체에 대해 꽤 가벼운 무게감으로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 물론 각자는 속으론 무거운 주제라고 생각할지라도 말이다.
그때 조금 더 다각적이고 다차원적이게 죽음에 대해서 받아들여졌고 더 귀 기울여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혼자 속으로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곱씹게 되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나 세상의 순리 같은, 표현하자면 단편적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는 데
알베르트 카뮈가 설명하는 죽음은 더 다각적이고 다차원적이고 우리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되도록 나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의 정의와 알베르트 카뮈가 말하는 죽음의 간격의 크기가 더 큰 만큼 현실에서까지 그 죽음의 정의가 와닿았다.
시지프 신화 책의 처음 부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가 없다면, 그 순간 바로 죽음을 택하고 그 선택을 실천해야 한다고.
그러므로 알베르트 카뮈는 우리가 죽음을 택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가 당장 죽음을 택하는 게 아니라 삶이 의미가 있다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알베르트 카뮈가 살던 시대의 프랑스의 종교와 실존주의
알베르트 카뮈가 사는 나라, 시대를 생각해 보면 그의 이런 실존주의가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그가 살던 나라와 시대는 현재 혹은 이생에 삶과 당장 존재하고 있는 그 시점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보다 종교의 사상인 영원한 삶과 내세의 무언가를 위해 일 평생, 모든 생활 전반에 걸쳐 종교적으로 사는 것이 뼛속까지 일생과 삶 안에 녹아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에 반해,
알베르트 카뮈는 내세의 삶과 영원한 삶의 상상과 환상 속에서 과감히 빠져나와 현재, 지금을 바라본다고 느꼈다.
우리의 인생은 죽음이라는 유한함이 있고 이 유한함이라는 부조리(내가 이 책을 읽고 현재까지로 이해한 바로는)와 위기에 저항하는 삶에 대한 '열정, 희망'으로 그 부조리에 '반항'하는 모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의 모습과
현재,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의미 있는 건지 느끼게 된다.
현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
시지프가 무거운 돌을 매번 다시 올리는 그 괴로움이 쳇바퀴 돌듯 매번 반복되는 삶이지만 또다시 그 돌을 저 아래로 굴러 내려버리고 잠깐 누리는 그 자유와 다시 그 괴로움을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의 고통이 공존함에도
그 마저도 유한한 삶에 대한 반항 속에서의 열정과 희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삶이 내세의 무엇보다 가치가 있다는 그의 생각이 정말 멋있었다.
(물론, 내가 알베르트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게 조금이라도 맞게 이해했다면 말이다..! ㅎㅎㅎㅎ)
시지프 신화를 읽고 나의 삶과 모든 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사람들마다 삶의 방향과 목표와 목적과 모습이 서로 다 다르다 해도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치열하진 않더라도 한 순간 한 순간을 존재하는 것 그 자체와 혹은 살아가는 그 모든 사람들의 인생의 모습과 나의 삶과 인생이 그 부조리함에 반항하고 열정하고 희망하고 있다는 게 의미 있고 멋진 일이라고 느껴졌다.
항상 즐겁고 기쁘고 행복할 수는 없지만 비록 고통스럽고 고민스럽고 힘들고 벅찬 하루하루와 현재를 살아가고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의 삶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의미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책을 읽은 후 퇴근길에 신호를 기다리며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묵묵히 자기의 위치에서 삶을 살아가는 일상 속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갑자기 매우 가치 있게 보이는 것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눈물날 만큼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나뿐만 아니라 이런 부조리한 삶을 각자 다른 엄청난 무게의 돌을 저 높은 산으로 오르고 있을 모두의 삶을 존중하게 되었다.
삶을 보는 시야가, 시각이 달라졌다.
비록 돌을 굴려 내리는 가볍고 자유로운 순간이 아닌,
높은 산으로 무거운 돌을 올리는 그 순간에도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순간들이 찬란하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게 알베르트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현시점에서 시지프 신화를 읽고 깨닫는 바는 이와 같다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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